항암 중 위장 보호에 도움이 되었던 식단 기록이다
항암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먹는 일’이었다. 이전에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면, 치료 중에는 ‘어떻게든 먹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 위장은 민감해지고 입맛은 없어지고, 냄새에도 예민해졌지. 하지만 이 시기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내 몸을 위한 식사가 필요했어. 오늘은 그중에서도 위장 보호에 도움이 되었던 나의 실제 식단 기록을 나눠보려고 해.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
자극 없는 맑은 국위주의 식사다
항암 후에는 느끼하거나 기름진 음식이 바로 속을 불편하게 만들더라. 그래서 제일 많이 찾았던 게 ‘맑은 국’이었어. 기름기를 걷어낸 미역국, 다시마 육수로 낸 애호박국, 감자국 같은 게 그랬지. 맑고 따뜻한 국물은 위에 자극이 적고, 조금씩 천천히 먹기 좋아서 자주 끓여 먹었어. 단백질 보충을 위해 두부나 계란을 곁들이기도 했어. 이맘때 엄마가 끓여준 국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위로 그 자체였어. 따뜻하고 맑은 국 한 숟갈에 마음까지 녹았지.
속 편한 한 끼 죽과 밥 사이의 밥이다
죽은 쉽게 넘어가지만 금방 허기가 지고, 밥은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어. 그래서 나는 ‘진밥’이나 ‘죽보다 조금 더 단단한 죽’ 같은 식감을 자주 먹었지. 쌀과 물 비율을 살짝 조절해서 내 입맛에 맞는 텍스처를 찾았어. 여기에 으깬 단호박, 당근, 감자 등을 넣어 영양도 채우고 부드러움도 더했어. 장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천천히 식히고, 소금도 거의 넣지 않았어. 이 식사들은 빠르게 먹기보다는 ‘조금씩, 오래’ 먹는 게 포인트였지.
위장을 생각한 따뜻한 간식들이다
항암 중에도 간식은 먹고 싶었어. 다만 소화가 잘 되는 게 최우선이었지. 그래서 나는 바나나를 전자레인지에 살짝 익혀 먹기도 했고, 고구마는 푹 쪄서 껍질을 벗긴 후 한입씩 먹었어. 때때로는 찐 사과나 배를 따뜻하게 먹으면 속이 편안했어. 뜨거운 미숫가루 한 잔도 간식 겸 식사처럼 자주 마셨어. 이 시기에는 차가운 음식보다 따뜻한 음식이 훨씬 더 위장을 덜 자극하더라고. 나를 위한 ‘따뜻한 간식’은 몸을 보살피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했지.
마무리하며
항암 치료 중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보다,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천천히 먹는 것’이 훨씬 중요하더라. 위장은 아주 예민해져 있고, 감정도 그에 따라 오르내리니까. 그래서 나는 조용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따뜻하게 내 몸을 챙기기로 했어. 이 식단들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아이디어가 되길 바란다. 오늘도 잘 먹고, 잘 쉬며, 조금씩 회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