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하루 루틴”이 항암 후 삶을 바꾼 이유다
항암 치료가 끝난 후, 세상이 그대로인데 나만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몸도 낯설고 마음은 더 예민해졌지. 이전처럼 무작정 바쁘게 움직이면 금세 지치고, 불안은 틈만 나면 올라왔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루를 살아야 내 마음이 무너지지 않을까'라고. 그렇게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위한 나만의 하루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루틴은 내 회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틀이 되어주었고, 지금도 매일 나를 살리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
하루의 시작을 다르게, ‘감정 체크와 햇살 맞이’다
예전에는 눈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봤다면, 지금은 먼저 내 감정을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오늘은 어떤 감정으로 깼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다. 슬픈 날이면 조금 더 천천히, 기운 나는 날이면 창문을 활짝 열고 햇살을 맞아. 그리고 창밖을 보면서 깊은 숨을 쉬어. 이 루틴은 아주 작지만, 마음의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해. 억지로 기운 내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거다. 이 작은 루틴이 하루 전체를 훨씬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하루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식사와 산책의 리듬’이다
항암 후엔 무작정 굶거나 과하게 먹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러다보니 체력도 감정도 오르내림이 심했지. 그래서 식사 시간을 고정하고, 가벼운 산책을 붙이는 루틴을 만들었다. 아침엔 소화 잘 되는 죽이나 미음, 점심엔 맑은 국과 밥, 저녁엔 과하지 않게 따뜻한 찜류나 반찬을 곁들여. 그리고 식사 후엔 꼭 10~20분 산책을 해. 걷는 속도는 느리고, 발걸음은 가볍게. 이 리듬이 내 하루를 지탱해줘. 단순히 먹고 걷는 게 아니라, 내 몸을 규칙적인 흐름에 익숙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이야. 회복은 흐트러짐보다 '리듬'에 있다 생각하게 됐다
하루의 끝을 지켜주는 ‘나만의 저녁 의식’이다
밤이 되면 이상하게 감정이 더 예민해지더라. 괜히 눈물이 나고, 불안해지고, 내가 약해진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저녁에는 항상 같은 방식으로 마무리를 해.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마음에 드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향기 좋은 로션을 바르며 스스로를 다독여. 그다음엔 작은 스탠드 조명만 켜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그리고 오늘 하루를 잠깐 떠올리며, 노트에 한 줄이라도 써봐. 좋은 일이 없어도 괜찮아. 그냥 '오늘도 잘 견뎠다' 한 줄이면 충분해. 이 루틴은 잠드는 순간까지 나를 지켜주는 작은 의식이다
마무리하며
하루를 잘 산다는 건, 인생을 잘 산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해. 항암 후의 삶은 단순히 건강을 되찾는 걸 넘어서, 나를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하루 루틴이 있었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 몸을, 감정을, 나의 시간을 내 방식대로 천천히 돌보는 것. 그게 지금의 나를 회복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삶의 리듬이 무너진 채 힘들어하고 있다면, 오늘부터 나만의 하루 루틴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정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