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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진단 직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이다

by ssunilog5 2025. 4. 10.

유방암 진단 직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이다

유방암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머리가 하얘졌다. 병원 상담실에 앉아 의사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진단명, 치료 계획, 수술 일정… 중요한 말들이 쏟아지는데, 내 심장은 소리를 내며 두근거리고 있었고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나는 병원 문을 나와 주차장까지 걸어가면서도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춘 듯했지만, 결국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했다. 그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주 작지만 중요한 것들이었다.

이 글은 그 순간 내가 선택한 행동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유방암 진단 직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이다
유방암 진단 직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이다

혼자 감당하지 않기 위해 가족에게 먼저 알렸다

무섭고 혼란스러운 순간에 제일 먼저 한 일은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었다. 병원에서 들은 말을 다 정리하지 못했지만, 그저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괜찮아. 무서웠지?” 엄마의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터졌다. 나는 울면서 말을 더듬었고, 엄마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걱정할 걸 알면서도, 나 혼자서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가장 먼저 믿는 사람에게 알렸다. 이후로도 치료 과정 내내 가족의 존재는 나를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정보를 찾고 글을 썼다

집으로 돌아온 후, 처음 한 행동은 스마트폰을 켜고 ‘유방암’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일이었다. 병명, 치료 방식, 생존률, 부작용, 후유증까지 온갖 정보가 쏟아졌다. 처음엔 불안함이 더 커졌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조금 정리되기 시작했다. 막연한 공포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일기장 한 쪽에 그날의 감정을 적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무섭고, 당황스럽고, 믿기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 글로 풀어내는 것, 그것 자체가 나를 붙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불안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걸 적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가벼워졌던 기억이다.

내 편이 되어줄  주치의를 선택하고 질문 리스트를 만들었다

의사가 설명해준 말 중 절반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치료 방향에 대해 스스로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상담 일정을 잡고, 이번엔 노트를 챙겨갔다. 주치의가 누구인지, 어떤 치료 과정을 거치게 될지, 내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인지 질문 리스트를 정리했다. 이 리스트는 이후에도 내가 병원에 갈 때마다 챙기게 되는 습관이 되었고, 작은 준비가 나를 덜 불안하게 해주었다. 병원은 두렵지만, 나를 치료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안심이 되었다. 내 편이 생긴 기분이 들었다.

 

마무리하며

유방암 진단을 처음 받았던 날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 나는 겁이 났고, 무너졌고, 동시에 버텨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 순간에 내가 했던 일들은 거창하지 않았다. 믿는 사람에게 알리고, 정보를 찾아보고, 질문할 준비를 하는 아주 단순한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선택들이 결국 내 삶을 다시 붙잡아주는 끈이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혹시 같은 자리에 서 있다면,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하나씩,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된다. 그게 결국 회복의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