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 전 준비물과 마음가짐이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 날짜를 정하고 나면,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 정말 수술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움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병원에서 안내받은 기본적인 설명도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고, 내가 뭘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수술을 앞둔 시기에 내가 직접 챙긴 준비물과,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글이 지금 수술을 앞둔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병원 생활에 필요한 실제 준비물 리스트이다
수술 전날 입원부터 퇴원까지는 평균 3~5일 정도가 걸린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을 조금 더 편하게 보내기 위해 몇 가지 준비물을 챙겼다. 가장 먼저 챙긴 건 앞단추로 여미는 헐렁한 잠옷과 속옷이었다. 수술 후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앞단추가 필수였고, 압박이 없는 면 소재가 편했다. 그 외에도 준비한 물품은 다음과 같다.
수술 후 배액관을 보호할 수 있는 작은 에코백이나 파우치
물을 자주 마실 수 있는 텀블러 또는 빨대컵
입원 중 입이 심심할 때를 위한 무설탕 사탕이나 건과일
위생용품 (물티슈, 손 세정제, 작은 수건 등)
병원에서의 소음이나 빛을 차단할 수 있는 귀마개와 안대
핸드폰 충전기와 긴 케이블, 간단한 책이나 이어폰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미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주는 안내문만 믿기보다는 실제 경험자들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 실용적인 준비는 신체의 불편함을 줄여주고, 그것만으로도 회복의 속도가 달라진다.
수술 직전까지 관리해야 할 내 몸과의 약속이다
수술 날짜가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체력과 면역력 걱정을 하게 된다. 나 역시 ‘내 몸이 수술을 잘 버텨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수술 전까지는 가능한 한 평소보다 더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다음은 수술 전 내 몸과 한 약속이다.
너무 무리하지 않기, 하지만 가벼운 걷기 운동은 매일 하기
하루에 2리터 정도의 물을 마셔서 수분 유지하기
인스턴트나 짠 음식 줄이고, 소화 잘 되는 식단 유지하기
감기나 감염 주의하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생활화하기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푹 자기 위해 노력하기
이런 습관들이 수술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더라도, 나를 준비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몸이 준비되면 마음도 덜 흔들리게 된다. 수술은 단지 치료의 일부일 뿐, 이후의 회복이 더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는 것이 좋다.
흔들리는 감정을 붙잡기 위한 마음가짐이다
수술 전 가장 힘들었던 건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었다. 주변에서는 “잘 될 거야”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와닿지 않는 날도 많았다. 병원에 가는 길에 괜히 눈물이 나고, 나만 이런 시간을 겪는 것 같아 외로웠다. 그럴 때 나는 일부러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인정하는 연습을 했다.
지금 내가 무섭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기
감정을 누르지 말고,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기
혼자 있고 싶을 땐 억지로 밝은 척하지 않기
걱정이 많을수록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이런 마음가짐은 내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해주었다. 회복은 수술 후에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수술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자주 되뇌며, 천천히 준비해나갔다.
마무리하며
수술은 분명 두렵고 낯선 일이지만, 그 과정을 준비하는 자세만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준비물 하나하나를 챙기며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 감정을 바라보고 정리하는 과정, 그리고 몸을 위해 노력하는 작은 습관들. 그 모든 것들이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이 글이 지금 수술을 앞둔 당신에게 작은 용기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