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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진단 전후, 달라진 일상 루틴 변화 기록

by ssunilog5 2025. 4. 12.

유방암 진단 전후, 달라진 일상 루틴 변화 기록

유방암 진단은 단순한 병의 시작이 아니라 삶 전반의 균형을 흔드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갑작스레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익숙했던 일상이 낯설게 느껴졌다. 진단 전과 후를 나누는 경계는 뚜렷했고, 그에 따라 루틴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유방암 진단 전후 달라진 일상 루틴을 정보성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유방암 진단 전후, 달라진 일상 루틴 변화 기록
유방암 진단 전후, 달라진 일상 루틴 변화 기록

유방암 진단 전: 분주함 속 무심했던 나의 하루

진단 전의 나는 그저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를 챙기고, 가사를 돌보고, 일도 병행하며 자신을 돌볼 틈은 거의 없었다. 하루의 루틴은 철저히 가족 중심으로 짜여 있었고, 나의 컨디션이나 감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아침에는 아이의 등교 준비로 시작되었고, 오전 시간은 장보기나 집안일로 채워졌다.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나면, 오후에는 집안일의 마무리나 가벼운 외출을 했고, 저녁에는 가족을 위한 식사 준비와 아이 돌봄이 이어졌다.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나는 잘 살고 있구나'라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루틴 안에는 나 자신을 위한 시간도, 정서적인 여유도 거의 없었다. 통증이나 피로가 있어도 '엄마니까 괜찮아'라는 말로 넘겼고, 몸에서 보내는 신호들을 자주 무시했다. 결국 그런 무심함이 병을 발견했을 때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되었다.

유방암 진단 이후: 병원 중심의 루틴과 감정의 파도

유방암 진단 이후, 일상의 중심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각종 검진과 수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일정이 빼곡하게 채워졌고, 그에 맞춰 하루 일과도 완전히 재편되었다. 병원 예약 시간에 따라 하루가 시작되었고, 이동과 대기, 진료 후 회복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의 날이 치료로 지나갔다.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의 재배치'였다. 예전에는 하루를 가족을 위해 썼다면, 이제는 나 자신을 살리기 위한 시간으로 바뀌었다. 그 속에서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집안일에 손을 놓고, 나만을 위한 시간에 익숙하지 않아 스스로를 탓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치료는 생존을 위한 과정이었고, 내가 건강해야 가족도 돌볼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후에는 병원 일정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루틴을 새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오늘의 컨디션을 체크했고, 컨디션에 따라 움직임을 조절했다. 피곤한 날에는 과감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로 정했다.

식사 루틴도 변화가 컸다. 전에는 가족 중심으로 음식을 만들었지만, 치료 중에는 나의 컨디션에 맞는 식단을 우선으로 조절했다. 고단백, 저지방 위주의 식사로 면역력을 높이고, 탈수 방지를 위해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도록 루틴을 바꾸었다.

감정 관리도 루틴의 일부가 되었다.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짧게 일기를 쓰거나 감정 노트를 적으며 마음을 정리했다. 좋아하는 향을 맡거나 짧은 산책을 하며 심신을 다독이는 루틴도 생겼다. 일상의 소소한 루틴이 치료의 중심을 잡아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치료 후 회복기: 나를 중심으로 짜인 새로운 루틴

치료가 끝난 후에도 루틴은 예전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몸과 마음은 치료 이전과 다른 상태였고, 그에 맞게 루틴 역시 새롭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하루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일이었다.

아침에는 무조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피로가 쌓인 날에는 늦잠을 자도 되고, 반대로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요가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의 에너지를 한 번에 소진하지 않기 위해 루틴은 '계획 50%, 유연성 50%'로 조정했다.

식사도 여전히 중요했다. 정해진 시간에 소량씩 먹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식사 습관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맛있게 먹는 즐거움'을 회복하려 노력했고, 간단한 요리를 직접 해보는 시간이 다시 즐거워졌다.

정서적인 루틴도 강화되었다. 매일 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간단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때로는 일기, 때로는 감사노트처럼 하루를 돌아보며 마음을 정돈하는 루틴은 깊은 회복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아침 햇살을 보며 커피를 한잔 마시는 소소한 루틴은 하루의 시작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사람을 만나는 루틴도 바뀌었다. 예전처럼 많은 모임을 소화하기보다, 진짜 마음이 편한 사람과 짧은 시간 만나기로 했다. 관계에서도 '질'을 중요하게 여기며, 나를 소모하지 않는 만남 위주로 선택했다.

이처럼 유방암 진단 전과 후를 지나며 나의 루틴은 완전히 달라졌다. 진단 전에는 바쁨 속에서 나를 잊고 살았지만, 지금은 오롯이 나를 중심으로 하루를 설계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루틴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나를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 루틴을 나답게 계속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