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분, 감정기록 노트로 시작한 마음 회복 루틴
항암 치료를 마친 후, 몸의 회복과 함께 마음의 회복도 반드시 필요했다. 특히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될 때면 무엇보다 '마음 돌봄'이 절실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매일 10분, 감정기록 노트를 쓰는 루틴이었다. 이 글에서는 감정기록 노트가 어떤 방식으로 회복에 기여했는지,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좋은지에 대해 정보성 중심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감정기록이 마음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이유
항암 이후, 많은 감정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두려움, 외로움, 억울함, 때론 분노까지. 그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누군가에게 쉽게 털어놓기에도 조심스러웠다. 이럴 때 선택한 방법이 바로 '쓰는 것'이었다. 글은 판단하지 않고, 나를 비난하지 않으며, 감정을 온전히 받아주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감정을 글로 쓰는 행위는 심리학에서도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다. 감정을 표현하고 정리하면, 내면의 혼란이 줄어들고 감정 조절 능력도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암과 같은 질환을 겪은 이후에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감정기록 노트는 하루 중 나와 마주하는 고요한 시간이자, 감정의 쓰레기를 비우는 정리함 같은 존재였다. 어떤 날은 울면서 썼고, 어떤 날은 미소 지으며 썼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의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감정기록 노트를 활용하는 3가지 방법
① 하루 10분, 감정을 쓰는 시간 정하기
아침이나 잠들기 전 10분을 정해 매일 같은 시간에 노트를 쓰는 것이 좋다. 일관된 시간은 루틴 형성에 도움이 되고, 그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② '사실-감정-생각' 구조로 쓰기
글을 쓸 때 막막함이 느껴진다면, 다음 구조를 따라가 보자.
오늘 있었던 사실을 한두 문장으로 적기
그 사실에 대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정리하기
예: "오늘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되었다. 마음속으로는 아무 일 없기를 바랐지만, 불안함이 더 컸다. 나도 모르게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③ 감정 색칠 혹은 이모티콘 활용하기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날은 색이나 그림으로 대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분이 무거운 날은 회색, 기쁜 날은 노란색, 불안한 날은 파란색 등으로 표시하거나, 간단한 이모티콘을 그려도 된다. 시각화는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감정기록 노트를 지속하는 팁과 기대 효과
감정기록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팁이 필요하다. 우선, 너무 긴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단 몇 줄이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글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예쁜 노트를 선택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펜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동기부여가 된다. 또한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는 '오늘은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적는 것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매일 자신과 마주하는 그 자체다.
감정기록을 꾸준히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긴다:
자신의 감정을 더 빠르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불안, 분노, 우울 같은 감정의 패턴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
하루를 정리하며 마음을 가볍게 비울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노트를 다시 읽어보면, 나의 회복 과정을 되짚어볼 수 있다.
감정기록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마음을 회복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하루 10분, 감정을 쓰는 이 짧은 시간이 쌓이면, 그 어떤 치료보다 더 깊은 위로와 회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작은 노트를 꺼내 나의 감정을 써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보자. 나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