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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탈모 중 마주한 편견과 나만의 대응법

by ssunilog5 2025. 4. 22.

항암 탈모 중 마주한 편견과 나만의 대응법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는 몸의 변화일 뿐이지만, 세상은 종종 그 외형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 머리카락이 없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받고 싶지 않은 시선이나 말을 마주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무너지기도 했지만, 점차 나만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법을 배워갔다. 이 글에서는 항암 탈모 중 내가 겪었던 편견과 그에 대한 나만의 대응법을 정보 중심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항암 탈모 중 마주한 편견과 나만의 대응법
항암 탈모 중 마주한 편견과 나만의 대응법

탈모 중 마주한 편견들, 예상보다 더 많았던 순간들

탈모가 시작되고 외모가 달라지면서 처음 마주한 편견은 '여성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었다. 병원 대기실에서도, 마트 계산대에서도, 낯선 사람들의 시선은 내 머리카락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왜 그렇게 하셨어요?”라는 무심한 질문, “아파보여서 안쓰럽다”는 동정 어린 말, “이제 가발은 안 써요?” 같은 지나치게 사적인 물음까지 모두 나를 불편하게 했다. 외출할 때마다 모자를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시선을 피하게 되는 습관, 스스로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어려웠던 건 지인들 사이에서의 반응이었다. 치료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고, 알고 있는 사람조차 “그래도 여성인데 좀 꾸미지”라는 말을 할 때면 당황스러움과 서운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그들은 의도가 나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칼날 같은 말이 되기도 했다.

나를 지키기 위한 편견 대처법

사람들의 말과 시선에 상처받지 않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차 나만의 방식으로 이 편견들을 마주하고, 대응하는 법을 만들어갔다.

① ‘무반응’이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때도 있다

어떤 말은 대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 상대의 말이 나를 향한 호기심인지 무례함인지 애매할 때는, 짧게 웃고 넘기거나 다른 화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불필요한 설명이나 방어는 오히려 에너지를 소모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② 준비된 한마디로 나를 설명했다

설명이 꼭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짧고 단단하게 준비된 말로 대응했다. 예를 들어, “치료 중이라 머리가 빠졌어요. 지금은 회복 중이에요.”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준비된 멘트는 내 당황함을 줄여주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주는 데 효과적이었다.

③ 오히려 먼저 꺼내는 유쾌한 방식도 도움이 됐다

가까운 지인들이나 자주 만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내가 먼저 유쾌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스타일 좀 파격적이지?”라며 웃으며 말하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상대도 더 편하게 반응했다. 때로는 진지함보다 유머가 마음의 거리를 좁혀주는 데 효과적이었다.

나를 위한 마음 정리 루틴과 회복의 연습

편견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로 인해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나는 편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꾸준히 감정 정리 루틴을 실천했다.

① 감정 일기 쓰기

하루에 단 한 문장이라도 좋았다. “오늘은 괜찮았다.” “그 말이 아팠다.”처럼 솔직한 감정을 글로 남기면, 그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②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거울 앞에 서는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없더라도, 내가 웃고 있으면 그 얼굴은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 거울 속의 나에게 “오늘도 잘했어”라고 말해주는 시간을 만들었다.

③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기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되었다. 블로그,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글이나 영상을 보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나도 내 경험을 나누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되었다.

④ 나의 정체성은 머리카락이 아니라는 믿음

반복적으로 내 마음속에 새긴 문장이 있다. “나는 내 머리카락보다 훨씬 더 큰 존재다.” 이 문장은 어떤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게 해주었고, 머리카락이 있든 없든 나는 나라는 사실을 계속 되새기게 해주었다.

 

편견은 세상이 바뀌기 전까지 계속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나를 지킬 수 있다. 누군가의 말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탈모라는 변화 속에서도 나를 사랑하고,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모든 시도는 결코 작지 않다. 오늘도 나는 나를 위해 당당해지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