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포토로 나를 기록하다 – 탈모 중 사진 찍는 법
탈모가 시작된 이후, 나는 거울 앞에 서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다. 익숙했던 나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거울 속의 나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것이 있다. 탈모 중의 모습도 나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그 모습을 회피하는 대신, 오히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회복의 과정에 도움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항암 탈모 중 스스로를 사진으로 기록했던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은 팁과 감정들을 정보 중심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탈모 중 사진 찍기의 의미와 심리적 변화
처음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일부러 카메라를 피했다. 단체 사진도 뒤로 빠지거나, 사진을 찍는다는 말에 괜히 심통이 나기도 했다. 탈모는 그만큼 내게 정체성의 변화로 다가왔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셀카를 찍은 후 사진 속의 내가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익숙했던 얼굴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단단하고 새로운 내가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기록'의 관점으로 사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완성된 모습이 아닌, '회복 중인 나'를 남기는 셀프 포토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얼굴빛, 모자의 각도, 눈빛 하나까지도 나를 응원하는 증거가 되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나중에 돌이켜볼 때, 내가 얼마나 잘 이겨냈는지를 증명해주는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사진은 단순한 외모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감정과 내면을 함께 담는 작업이었다. 거울 앞에서는 찾기 어려운 나의 표정을 사진 속에서는 오히려 더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탈모 중에도 자신감 있게 찍을 수 있는 셀프 포토 팁
탈모 상태에서는 외형적으로 위축되기 쉬워서 사진 찍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팁을 통해 자신감을 높이고, 나만의 스타일로 셀프 포토를 즐길 수 있다.
① 가장 나다운 시간과 표정을 찾는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혹은 따뜻한 차를 마신 후처럼 편안한 감정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 가장 자연스럽다. 억지로 웃거나 과하게 포즈를 취하기보다는, 감정이 담긴 표정이 오히려 더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②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다
자연광은 탈모 상태에서도 얼굴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조명이 된다. 창가에서 부드러운 빛을 받으며 찍거나, 노을빛이 들어오는 저녁 시간대의 촬영도 추천한다. 모자를 쓴 상태에서는 빛이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③ 나만의 포인트 아이템을 활용한다
좋아하는 머그컵, 책, 스카프, 귀걸이 등 소품을 함께 넣으면 시선이 분산되고,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특히 모자나 두건을 활용할 경우에는 패턴이나 컬러 포인트를 주는 것도 사진 속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④ 거울 셀카보다 타이머 촬영을 활용한다
탈모 상태에서 얼굴을 직접 마주 보는 거울 셀카는 처음엔 심리적 부담이 클 수 있다. 스마트폰 삼각대나 벽에 세워두고, 셀프 타이머를 설정해 촬영하면 보다 자연스럽고 다양한 각도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눈을 카메라가 아닌 살짝 옆으로 두는 시선 처리도 긴장감을 덜어준다.
⑤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
뷰티 필터나 과한 보정 없이도 충분히 아름답다. 머리카락이 없더라도, 피부가 칙칙해 보이더라도, 그것은 회복의 증거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사진은 시간이 지나 소중한 기록이 된다.
셀프 포토를 회복의 도구로 만드는 감정 관리 루틴
셀프 포토는 단순히 추억을 남기는 작업이 아니라, 심리적 회복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탈모 중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실천했던 감정 관리 루틴을 소개한다.
① 사진과 함께 감정 노트 쓰기
사진을 찍은 날의 기분을 짧게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오늘은 햇살 덕분에 얼굴이 따뜻해 보였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같은 문장을 덧붙이면, 나중에 다시 볼 때 더 깊은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
② 사진을 주간 단위로 정리하며 변화 확인하기
매일 찍기 부담스러울 때는 주 1회 촬영을 목표로 했다. 주간별로 사진을 정리해보면, 미세한 외형 변화뿐 아니라 감정의 흐름까지 보이게 된다. 회복을 실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③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기
SNS에는 머리카락이 금세 자라는 사람, 탈모가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속도, 나의 방식대로 회복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내 사진은 오직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는 필요 없었다.
④ 때로는 삭제가 아닌 보류도 괜찮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 있어도 바로 지우지 않고, 따로 폴더에 보관해두었다. 시간이 지나 보면, 그때의 나를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온다. 당시에는 싫었던 모습도 결국은 나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탈모 중에도 셀프 포토는 나를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이 바라보게 만든 도구였다. 변화하는 나를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소중한 여정이었다. 사진은 내 회복의 증거이자, 나를 사랑했던 기록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도, 미래의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