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이후 ‘화장품’ 바꾸며 달라진 나의 루틴이다
항암 치료를 마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바로 피부와 화장품 사용 루틴이었다. 치료 과정에서 면역력이 약해지고, 피부가 예민해지면서 이전에 사용하던 화장품 대부분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 변화는 단순히 제품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나를 대하는 방식 전체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항암 이후 예민해진 피부를 위해 내가 선택한 화장품, 그리고 바뀐 루틴을 중심으로 경험을 정리해보려 한다.
내 피부를 다시 만나는 시간, 기초 화장품의 변화다
항암 치료 중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피부가 급격히 건조해지고, 예민해졌다는 것이었다. 평소 쓰던 로션이나 크림이 따갑게 느껴지고, 화장품 향조차 거슬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가장 먼저 ‘전성분이 단순한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향료, 알코올, 파라벤 등이 없는 제품을 기본 조건으로 삼았고, 민감성 피부 전용 라인이나 병원용 화장품을 중심으로 다시 구성했다.
대표적으로 사용한 제품은 시카 크림 계열이었다. 자극 없이 진정 효과가 있어 붉은기나 가려움에 도움이 되었고, 수분감이 풍부한 세라마이드 성분의 크림도 꾸준히 발랐다. 스킨은 생략하고 미스트 형태로 수분을 보충했고, 토너 역시 무향 무자극 제품을 선택했다. 이 변화는 피부뿐 아니라 내 루틴 전체를 ‘조심스럽게 나를 돌보는 방식’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메이크업도 달라졌다, ‘무자극’과 ‘심플함’이 기준이 되었다
항암 이후에는 피부뿐만 아니라 눈과 입 주변도 예민해졌다. 특히 눈 주변은 쉽게 건조해지고 붓는 증상이 있어 메이크업을 하기 부담스러운 날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색조보다는 ‘생기만 주는 최소한의 메이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파운데이션 대신 톤업 크림이나 무기자차 선크림을 바르고, 컨실러는 꼭 필요한 부위에만 소량 사용했다. 립 제품도 성분이 안전한 보습 중심의 립밤이나 틴트 밤으로 바꾸었고, 마스카라는 생략하는 날이 더 많았다. 뷰러조차 하지 않는 날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
무자극 제품을 선택하면서도 ‘피부가 편안한 상태에서 생기를 줄 수 있는 최소 루틴’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화장을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클렌징 오일이나 워터도 피부에 자극이 덜한 제품으로 교체했고, 이중 세안보다는 1회 세안으로 피부 장벽을 보호하는 데 집중했다. 메이크업 루틴은 간소해졌지만, 내 마음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이 ‘나를 위하는 마음’이 되었다
이전에는 제품 광고나 유행에 따라 화장품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항암 이후에는 무엇보다 ‘내 피부가 괜찮아하는지’, ‘지금의 나에게 맞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제품의 성분표를 보는 법을 익혔고, 새로운 제품을 사기 전에는 꼭 손등 테스트부터 하는 습관이 생겼다.
브랜드보다는 성분, 포장보다는 지속력, 유행보다는 피부 반응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화장품을 고를 때마다 “이건 정말 나를 위한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 질문이 쌓이면서, 화장품을 고르는 일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나를 돌보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
화장품 하나에도 마음이 담기고, 루틴 하나에도 회복의 태도가 녹아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위한 선택은 결국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마무리하며
항암 치료 이후 화장품을 바꾼 경험은 단지 제품의 교체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였다. 예전에는 외적으로 예뻐 보이기 위한 루틴이었다면, 지금은 ‘나를 더 편안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루틴’이 되었다. 피부를 다루는 손길 하나, 제품을 바르는 순간 하나에도 진심을 담게 되었다. 그 진심이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고 있다. 화장품은 내 회복의 일부였고, 나를 돌보는 도구였다. 앞으로도 나는 나를 위해 더 부드럽고, 더 안전한 것을 고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