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항암 치료 중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은 뷰티템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거울 속 나를 보는 게 두려운 날들이 있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부는 거칠어지고, 눈빛마저 흐릿해 보이던 시기였다.
그때 느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더 무서운 건, 내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작은 습관처럼 몇 가지 뷰티템을 놓지 않았다.
오늘은 그 시간 동안 나를 버티게 해준 고마운 뷰티템들을 기록하려 한다.
촉촉함을 지켜준 수분 크림
항암 치료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피부가 반응했다.
건조하고 따갑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붉어졌다.
그때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된 것은 무겁지 않고 순한 수분 크림이었다.
특히 병원에 갈 때마다 가방에 넣어 다니며 틈날 때마다 발랐다.
피부를 보호하려는 행동 자체가 내 몸을 돌보는 작은 다짐처럼 느껴졌다.
나를 위해 챙기는 이 작은 시간들이 하루하루 버티게 해주었다.
내가 사용했던 수분 크림은 전성분이 짧고, 향이 거의 없는 제품이었다.
‘좋은 걸 써야 한다’는 강박보다 '내 몸이 편안해하는 것'을 기준으로 선택했다.
그 기준은 이후 내 모든 뷰티 루틴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생기를 지켜준 틴트 립밤
치료가 진행되면서 입술도 심하게 건조해지고 색이 사라졌다.
거울을 보면 더 아파 보이는 모습이 싫어서, 나는 틴트 립밤을 꼭 발랐다.
진한 립스틱은 부담스러웠지만, 은은하게 혈색을 주는 틴트 립밤은 나를 다시 사람답게 만들어줬다.
아주 연한 핑크색 틴트 하나를 바르고 나면
'그래, 나 아직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항암 중에도 꾸미는 게 사치가 아니라, 오히려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립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나를 다시 일으켜준 가벼운 베이스 제품
항암 기간 동안 피부는 민감해졌지만, 아예 아무것도 안 바르면 외출이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무기자차 선크림과 아주 가벼운 베이스 하나를 선택했다.
커버력 높은 파운데이션 대신, 피부 톤을 살짝 정돈해주는 제품으로 부담 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그 마음으로, 내 피부도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감쌌다.
거창한 화장이 아니라, 나를 위한 조용한 준비였다.
조금 푸석해 보이더라도, 조금 불완전해 보이더라도
그 순간의 나를 받아들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중요했다.
마무리하며
항암 치료 중에도 뷰티템을 챙겼던 건
겉모습을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수분 크림 한 번 바르는 시간,
립밤을 바르며 거울을 보는 순간,
가볍게 얼굴을 쓸어내리는 작은 터치들이
'나는 여전히 나다'는 걸 잊지 않게 해주었다.
몸이 아파도, 마음은 놓지 말자고.
힘든 시간에도 나를 위해 작게라도 무언가를 해주는 건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는 걸 배운 시간이었다.